발표영상
발표 제목 42서울은 피라미드를 쌓는 곳이다(송승운)
들어가면서
2022. 12. 15.(목) 재단의 요청을 받아 이노베이션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발표를 하고 나서 생각했던 것들 그리고 그 뒷 이야기들을 오늘 한번 해볼까 한다.
처음 발표를 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발표를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즐거운 나는 이번 이노콘도 당연히 발표 하나쯤은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42서울에서 사용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툴인 Slack에 이노콘 두달 전 연사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올라왔고, 나는 이 연사 지원에 42서울에 대해서 하고싶은 말들을 주제로 신청을 했다. 그런데, 신청을 하고 연사 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나는 재단으로부터 평소 연단에 자주 올라가는 사람들은 발표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바로 연사로서 참여가 확정되게 되었다.
처음 발표하고 싶었던 주제는 '내게 42서울이 가지는 의미'였다.
나는 42서울에 들어온지 아주 오래되었다. 나는 이 기관이 처음 창설되고 처음 뽑은 기수인 1기 1차 합격생이었고, 또 이 재단 최초의 군 휴학자였다.(내가 들어오기 전에는 군 휴학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이 넘어가는 기간동안 인연을 이어온 이 기관에 내가 어떤 애정을 가지는지 그리고 생각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2년 4개월동안 장교로서 군 생활을 하면서 다른 기관을 준비하거나, 다른 커리어를 준비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주변의 질문에 발표로서 대답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재단은 그 주제도 좋지만 조금만 변형을 가해서 42서울에 대한 생각을 42서울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카뎃의 인식을 발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렇게 원래 가지고 있던, '42서울이 특별한 이유'라는 제목은 지금의 제목 '42서울은 피라미드를 쌓는 곳'이라는 주제로 변경되었다.
발표의 내용
42서울이 어떤 곳인지 누가 물어본다면 1시간 넘는 시간동안 이곳이 교육철학의 우수함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다. 하지만, 발표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5분이었고 이 시간도 딱 맞춰줘야 전체적인 컨퍼런스가 유려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래서, 5분 동안 어떤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내가 애정하는 이 기관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42서울은 어떤 곳인가?
오랜 고민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42서울은 바닥부터 만들어보는 곳이다.
철학과 학생으로 입학한 학교에서 인문소프트웨어학부 다중전공 그리고 삼성트랙(구 : SCSC)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내 인생에 크나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 행운들도 내게 프로그래밍적인 자신감을 주기에는 부족할 뿐이었다. 운영체제, 자료구조,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네트워크 등등등등 많은 컴공 학생들이 듣는 수업을 같이 들었지만 나는 자신감이 없었다.
늘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거지? 라는 의문이 함께 따라다녔고, 내가 배운 자료구조, 알고리즘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하라는대로 배우고 머리 속에 집어넣고 시험을 보는 시간들의 반복이었다. 프로젝트를 해보면 안되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그것도 인적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충분히 크지 못했고, 많이 배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학교를 다니며 학비를 벌고 내 본전공까지 커버하고 있는 내게 프로젝트는 언감생신일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실천없는 이론의 공허함을 3년동안 뼈저리게 깨달았다. 내가 배운 지식들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 그 상황은 정말 막막하고 답답함 그자체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서 배우던 CS지식들도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수록 나의 공부에 대한 의지는 반비례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를 납득하지 못하는 공부를 해왔던 나는 이곳에 와서 뼈 속에 세겨진 한이 풀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C언어가 왜 중요하고, 그리고 C언어가 얼마나 강력한지 넘치는 과제와 예제 그리고 실습으로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나는 내가 배운 이론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배운 지식들의 쓰임과 중요성을 학교를 졸업한지 3년차가 되는 2022년에 와서야 납득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왜 이제는 잘 쓰지도 않는 C로 이렇게 수업을 할까?' 라는 바보같은 생각도 이곳에 와서 모두 깨졌다. 내가 만들어낸 그래픽 과제는 조잡할지라도 그래픽의 바닥이 C와 C++라는 것을 알 수 있게해주었고, C++ 로도 웹서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내가 배웠던 고수준의 프로그래밍 언어들(파이썬 등)에서 내가 원시 자료형을 쓰지않아도 되는 것이 Generic프로그래밍 덕분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또, 그 알게되는 것들도 단순히 지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막막하게 느껴졌던 <vector>나 <set>,<map>같은 gcc의 헤더를 내 방식법대로 직접! 구현하면서 완전히 익힐 수 있게되었다.
내가 배운 지식들이 실제로 살아나는 경험은 정말이지 생각이상으로 황홀하다.
나는 42에서 내 머리 속에 죽어있다고 생각한 지식들이 살아나는 경험을 했고, 42 교육 과정에 완전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벽에 막혔기에만 알 수 있었던 것들
42서울 내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42서울 카뎃들 또한 내가 생각한 이런 장점들을 알고있었지만, 어떤 분들은 이 교육과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로, 어떤 분들은 왜 C를 해야되는지 모르겠다고 힘들게 들어온 42서울의 문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기에 한번은 꼭 이런 주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론은 반쪽이고,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끊임없는 연속이라는 것을 나와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에게 말하고 그리고 설득하고 싶었다. '당신과 내가 하고 있는 이 교육과정은 절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당신과 나는 꼭 좋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주제에 나는 42서울은 피라미드를 쌓는 곳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언젠가 42서울에서 공부한 나와 내 동료들이 머리 속에 프로그래밍이라는 피라미드를 쌓아서, 긴 시간동안 이어나갈 수 있는 지식을 가진 프로그래머가 되기를 바라며 발표를 준비했다.
5분의 발표가 다른 카뎃들에게 어떤 의미로 와닿았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이과정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발표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나처럼 내 동료들도 필요성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매진했으면 좋겠다.
곧 얼마후에는..
발표를 마치고, 언제나와 같이 발표를 다시보는 나는 발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고싶은 내용들은 많은데 반해 할 수 있는 시간은 짧다보니 발생한 문제였지만, 그래도 더 많은 이야기를 다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42서울에 복학한지 6개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집중하는 시간 기준으로 매주 60~70시간은 코드를 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노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곧 8개월차 즈음 42서울의 정식 멤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42서울은 이너서클을 모두 통과한 인원을 멤버라고 부른다)
그렇게 멤버가 되면, 다시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내가 이너에서 무엇을 배웠고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그렇게 하기 위해서 오늘도 한줄이라도 코드를 정성껏 쳐야겠다 :)
주석 : 내가 배운 CS지식이 왜 필요한지 납득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2019년의 나(문돌이 개발자 실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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